패스트 포워드는 멀티 플랫폼 단편 영화로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와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데이비드 O 러셀(David O. Russell)의 합작품입니다. 아메리칸 허슬, 파이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의 영화로 호평을 이끌어낸 러셀 감독은 패스트 포워드를 한 편의 ‘영화적인 시’로 구상했습니다. 즉, 여러 명의 배우가 다양한 조합으로 몇 가지 장면을 다시 연기하는, 초현실적이면서도 미래적인 분위기의 조용한 꿈결 같은 세상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시나리오, 캐릭터, 복장, 장르, 엔딩이 반복되고 변형되며 기존의 서사 논리를 거부하는 불안정한 스토리와 다양한 관점을 품은 영화가 완성되었습니다. 러셀 감독은 캐릭터를 복잡한 콜라주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서 창조했습니다. 관객은 경험이란 무엇인지, 기억이란 무엇인지, 꿈이란 무엇인지를 스스로 해독해야 하며 이들 간의 겹치는 지점과 차이점을 판별해야 합니다.
출연진
데이비드 O. 러셀의 코멘트
이러한 영화적인 경험은 오래 전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여사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대화의 화젯거리는 그녀가 뉴욕에서 방문한 한 아티스트였죠. 그녀는 그 아티스트가 미래에는 우리 모두 한 순간에 모든 미디어를 경험하게 해 주는 알약을 먹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가 꿈이 아니면, 발작처럼 들린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의 대화는 시간의 본질, 그리고 한 사람 안에 얼마나 많은 자아와 경험이 존재하고 있는가, 아름다움은 어디에, 즉 기억과 소리 또는 오래된 영화의 단편들에 존재하느냐는 주제로 옮겨갔습니다. 시간의 결, 자아의 결, 기억의 결, 상상한 대로의 미래인가, 또는 영화나 우리네 삶 속에 머물고 있는가 하는 주제로 말이죠. 이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되었고, 무엇을 창조하고 무엇을 표현할 수 있는가에 관한 날 것 그대로의 아이디어들이 떠올랐습니다. 영화란 무엇인가, 기억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꿈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개념들은 모두 서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마법 같은 신비로움은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은 매일 매일 평범할 수도 있습니다. 일하러 가고, 집으로 돌아오고. 하지만 동시에 삶은 갑자기 돌변하여 이상하고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놀라우면서도 의심스러운 순간이 찾아오죠. 적이 갑자기 친구로 돌아서고, 한 곳에 단단히 머물던 사랑이 옮겨갑니다. 이건 마치 스릴러나 어드벤처 영화 같지만 사실 평소와 같은 우리의 삶입니다. 감정, 역사, 기억, 과거는 미래에 살고, 미래는 과거에 머뭅니다.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한 사람의 서로 다른 자아는 우리의 상상력과 꿈 안에서 모두 살아 있으며, 때로는 동시에 때로는 차례차례 찾아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 씨는 저에게 이상한 미스터리, 의심, 공포, 위험, 아름다움, 충돌, 로맨스, 사랑, 자아, 시간으로 가득 찬 마치 꿈과도 같은 영화를 만들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림, 사진, 영화 속 한 부분은 나와 내 친구, 가족들의 삶과 감정의 한 부분을 반영하지요. 저는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 있는 영화 속의 인물로 살아왔습니다. 내 안을 너무나 가득 채웠기 때문에 마치 내가 그 안에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지는 영화였죠. 이 영화는 제가 삶을 살아가게 해준 하나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벌어지는 어려운 순간들을 넘어서게 해주는 큰 배 한 척과도 같았지요. 그 영화에 출연하는 여자 배우와 남자 배우, 등장하는 장면과 영화가 주는 분위기 때문에, 그 영화는 삶을 살아내기 위한 큰 배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다른 일체의 것을 배제한 채 창작 활동 그 자체에만 집중하면서 켜켜이 쌓인 영화에 대한 기억, 삶의 이미지와 감정을 따라 영화라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지요.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인 서사나 관객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출연 배우들과 저는 단순히 예술을 창조한다는 기쁨을 위해 일했습니다.
패스트 포워드는 시각적 서사적 실험으로서의 중복과 순서에 관계없는 반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영화는 누구의 이야기일까요? 자신의 아파트에서 TV를 보는 한 여자의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이건 그녀의 기억일까요? 아니면 판타지나 꿈, 아니면 이 모든 것일 수도 있을까요?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저는 새로운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정말 좋아한 그림과 화가, 30년대 및 그 이전의 영화 제작자들, 유령 이미지 안에 살아 있는 영혼, 그리고 마치 노래와도 같은 감정에서 받는 영감 말이죠.